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K방산’. 처음에는 일시적인 테마나 지정학적 수혜주 정도로 여겨졌던 이 섹터가 이제는 반도체, 자동차를 잇는 대한민국의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주가는 기대감으로 오르지만, 주가를 지탱하고 한 단계 더 레벨업 시키는 것은 결국 ‘숫자(실적)’입니다. 방위산업의 특성상 계약(수주)과 실제 납품(매출 인식) 사이에는 2~3년의 시차(Lagging)가 존재합니다. 즉, 2023년과 2024년에 전 세계를 휩쓸며 따낸 잭팟 계약들이 실제로 돈이 되어 들어오는 시기가 바로 2026년입니다.
오늘은 단순히 뉴스에 일희일비하는 투자가 아니라, 기업의 미래 이익을 담보하는 ‘수주 잔고(Order Backlog)’ 데이터를 뜯어보고, 이를 바탕으로 2026년에 가장 확실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K방산 기대주 TOP 3를 선정해 드립니다.
1. 왜 지금 ‘수주 잔고’를 봐야 하는가?
방산 기업을 분석할 때 PER(주가수익비율)보다 더 중요하게 봐야 할 지표가 바로 수주 잔고입니다. 이는 ‘이미 확보해 놓은 미래의 매출’이기 때문입니다.
① 실적의 가시성 (Visibility)
일반 제조업은 경기가 나빠지면 주문이 취소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방위산업은 국가 간 계약(G2G) 성격이 강해 취소될 확률이 극히 낮습니다. 현재 쌓여있는 수주 잔고를 연간 생산 능력으로 나누면, 향후 3~4년 치 일감이 꽉 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2026년, 2027년의 실적이 ‘최소한 이만큼은 나온다’는 보증수표와 같습니다.
② 수익성의 개선 (Margin)
과거 한국 군에 납품하던 시절의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수출 물량은 다릅니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유지 보수(MRO) 매출이 더해지면서 수출 비중이 늘어날수록 영업이익률이 급격히 개선되는 구조를 가집니다. 2026년은 수출 물량 인도 비중이 내수를 압도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2. 압도적 대장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종합 방산 솔루션)
명실상부한 K-방산의 대장주입니다. 지상(K9 자주포, 천무), 항공(엔진), 우주(누리호)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갖췄습니다.
수주 잔고 분석
- 잔고 현황: 2024년 말 기준 약 30조 원 육박 (추정치)
- 특이점: 폴란드와의 1차, 2차 실행 계약 물량이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되기 시작하며, 2026년에는 매출 인식이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2026년 투자 포인트
- K9 자주포의 글로벌 표준화: 전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 50%를 넘기며, F-16 전투기처럼 자주포계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이는 부품 공급 및 MRO(유지 보수)라는 장기적인 캐시카우를 만들어냅니다.
- 인적 분할 효과: 최근 비방산 부문(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을 인적 분할하여 떼어냈습니다. 이제 순수 방산 기업으로서의 밸류에이션(Per)을 재평가받고 있어 주가 탄력성이 높아졌습니다.
- 루마니아 등 추가 수주: 폴란드에 이어 루마니아 등의 동유럽 국가들이 K9 도입을 검토 중이며, 이는 2026년 이후의 잔고를 채워줄 것입니다.
3. 미사일 명가: LIG넥스원 (고마진의 제왕)
한화가 대포와 차량을 판다면, LIG넥스원은 그 안에 들어가는 정밀 유도 무기(미사일)와 레이더를 팝니다. 소프트웨어 성격이 강해 마진율이 높습니다.
수주 잔고 분석
- 잔고 현황: 약 19조 원 수준
- 특이점: 사우디아라비아(약 4조 3천억 원), 이라크(약 3조 7천억 원) 등 중동 발 ‘천궁-II’ 대규모 수주가 잔고의 핵심입니다.
2026년 투자 포인트
- 천궁-II의 본격 인도: 중동 국가들과 맺은 조 단위 계약은 2025년 하반기부터 매출로 잡히기 시작해 2026년에 숫자가 폭발합니다. 미사일은 한 번 팔면 끝이 아니라, 훈련탄 및 실탄 소모가 발생하므로 재구매율이 높습니다.
- 비궁(Poniard)의 미국 진출: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이 미국 국방부의 FCT(해외비교시험)를 통과했습니다. 만약 세계 최대 국방 시장인 미국에 수출이 성사된다면, 이는 K-방산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 될 것이며 주가는 퀀텀 점프를 할 것입니다.
- 고스트로보틱스 인수: 미국의 4족 보행 로봇 기업인 ‘고스트로보틱스’를 인수했습니다. 현대차의 보스턴다이내믹스처럼 방산에 로봇 기술을 접목하여 미래 전장(무인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입니다.

4. 지상의 왕자: 현대로템 (K2 흑표의 질주)
과거 철도 부문이 메인이었으나, 이제는 방산(디펜스) 부문이 이익을 주도하는 회사로 탈바꿈했습니다. 세계 최정상급 전차인 K2 흑표가 주력입니다.
수주 잔고 분석
- 잔고 현황: 약 18조 원 내외 (철도 포함)
- 특이점: 폴란드 1차 계약분(180대)의 인도가 2025년에 마무리되고, 2026년부터는 2차 계약(K2PL, 현지 생산 포함) 물량이 실적을 견인해야 합니다.
2026년 투자 포인트
- 폴란드 2차 계약의 향방: 약 820대 규모의 폴란드 2차 계약이 협상 중에 있습니다. 규모가 워낙 커서 금융 지원(수출입은행법 개정) 이슈가 있었으나, 이것이 해결되고 2025년 내에 도장만 찍는다면 2026년 실적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 루마니아 전차 사업: 폴란드 다음 타깃은 루마니아입니다. 미국의 에이브람스 전차와 경쟁 중이지만, 가격 경쟁력과 납기 준수 능력에서 K2가 높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 유지 보수(MRO) 시장 진입: 전차 수명은 30년 이상입니다. 깔아놓은 전차가 많아질수록 부품 교체와 정비 매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5. 방산주 투자 시 고려해야 할 리스크와 전략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냉정한 리스크 관리는 필수입니다.
리스크 체크
- 수출입은행 금융 지원 한도: 무기 수출은 국가 간 외상 거래와 비슷해서 한국 정부가 돈을 빌려줘야(보증) 합니다. 수은법 개정으로 한도는 늘어났지만, 추가적인 대형 수주를 위해서는 자본금 확충 등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사격이 필요합니다.
-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역설적이게도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면 방산주의 모멘텀은 약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등 글로벌 정세를 볼 때, 각국의 군비 경쟁(자국 우선주의)은 전쟁 종료와 무관하게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포트폴리오 전략
K-방산은 이제 ‘성장주’의 영역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조정 시 매수: 주가가 20일선 또는 60일선 부근으로 눌림목을 줄 때 분할 매수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술적 분석에 대한 기초는 [주식 차트 보는 법: 골든크로스와 매수 신호] 글을 참고하시면 타이밍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 ETF 활용: 개별 종목의 수주 공시를 일일이 확인하기 귀찮다면, ‘ARIRANG K방산Fn’이나 ‘SOL K방산소부장’ 같은 ETF를 적립식으로 모아가는 것도 훌륭한 전략입니다.
- 섹터 로테이션: 방산주가 쉴 때는 다른 주도주가 달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방산주 차익 실현 후에는 [2차전지 관련주 반등 시기 및 전략]을 참고하여 낙폭 과대 섹터로 자금을 순환시키는 전략도 고려해 보세요.
6.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트럼프는 방산주에 악재인가요?
트럼프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그만두겠다”, “NATO 회원국들은 방위비를 더 내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유럽과 중동 국가들이 미국의 보호우산에서 벗어나 ‘자주 국방’을 위해 무기를 자체적으로 사들여야 함을 의미합니다. 가성비 좋고 납기 빠르며, 정치적 조건(PC주의 등)을 따지지 않는 한국 무기는 최적의 대안입니다.
Q2. 한국항공우주(KAI)는 왜 Top 3에 없나요?
KAI도 훌륭한 기업입니다. FA-50 경공격기 수출과 KF-21 개발 등 모멘텀이 많습니다. 다만, 이번 글의 주제인 ‘2026년 실적 폭발’ 관점에서는 지상 무기(한화, 로템)와 미사일(LIG)의 매출 인식 속도가 항공기보다 빠르고 마진율 개선세가 뚜렷하다고 판단하여 Top 3를 선정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우주 항공 테마까지 본다면 KAI도 반드시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합니다.
Q3. 지금 들어가도 안 늦었나요?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말이 있지만, 방산은 이제 실적 장세(숫자가 찍히는 구간)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수주 잔고가 줄어들기 전까지는 고점이 아닙니다. 현재 잔고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므로, 2026년까지는 우상향 추세가 꺾이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마치며
2026년의 K방산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져 있을 것입니다. 과거 반도체가 그랬듯, 한국의 방위산업은 내수용 산업에서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전 세계가 불안해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방산 기업들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수주 잔고라는 확실한 나침반을 믿고, 흔들림 없는 투자를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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