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글로벌 주식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가 ‘AI(인공지능)‘였다면, 그에 못지않은 파괴력으로 실물 경제와 라이프스타일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또 하나의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비만약 ‘GLP-1 비만치료제’입니다.
과거에도 다이어트 약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단순히 식욕을 억제하는 수준을 넘어 체중의 15~20%를 감량시켜 주고, 심혈관 질환 위험까지 낮춰주는 ‘기적의 약’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 열풍의 중심에는 미국의 일라이릴리(Eli Lilly)와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라는 두 거대 제약사가 있습니다.
이들은 이미 테슬라와 비자(Visa)의 시가총액을 넘어설 만큼 거대해졌지만, 전문가들은 “진짜 전쟁은 공급 부족이 해소되고 차세대 신약이 나오는 2026년부터”라고 입을 모읍니다. 오늘은 이 거대한 ‘살과의 전쟁’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그리고 투자자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심층 분석해 봅니다.
1. 왜 2026년인가? : 공급난 해소와 먹는 약의 등장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약이 없어서 못 판다”는 것입니다. 수요는 폭발하는데 생산 시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2026년은 시장의 판도가 바뀌는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① 쇼티지(Shortage)의 종료
두 기업 모두 수조 원을 쏟아부어 공장을 증설하고 있습니다. 일라이릴리는 독일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등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고, 노보노디스크는 위탁생산(CMO) 업체를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라인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 공장들이 100% 가동되는 시점이 바로 2025년 말~2026년입니다. 이때부터는 ‘생산 능력’이 아닌 진정한 ‘영업력’과 ‘약효’ 대결이 시작됩니다.
② 주사에서 알약으로 (Game Changer)
지금은 주 1회 배에 주사를 찔러야 합니다. 하지만 2026년을 전후로 ‘경구용(먹는) 비만치료제’가 상용화될 전망입니다. 알약 형태가 나오면 비만치료제의 침투율은 현재의 10배 이상으로 폭발할 것이며, 편의점 비타민처럼 소비되는 시대가 열릴지도 모릅니다.

2. 챔피언 결정전: 일라이릴리(LLY) vs 노보노디스크(NVO)
두 기업은 비만치료제 시장을 양분하는 독과점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무기는 서로 다릅니다.
일라이릴리 (Eli Lilly) : 압도적인 효능의 도전자
현재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제약사 1위입니다. 당뇨약 ‘마운자로(Mounjaro)’와 비만약 ‘젭바운드(Zepbound)’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 핵심 기술 (이중 작용제): 경쟁사가 GLP-1 호르몬 하나만 모방할 때, 일라이릴리는 GIP와 GLP-1 두 가지 호르몬을 동시에 자극하는 기술을 상용화했습니다. 덕분에 체중 감량 효과가 더 강력합니다. (임상 결과 약 22% 감량)
- 미래 무기 (삼중 작용제): 현재 임상 3상 중인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는 GIP, GLP-1에 글루카곤까지 3가지를 자극합니다. 임상에서 무려 24% 이상의 감량 효과를 보여주며 ‘비만 대사 수술’ 수준의 효과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 주가 매력: PER(주가수익비율)이 높지만, 성장 속도가 경쟁사보다 빠릅니다. 공격적인 투자자에게 적합합니다.
노보노디스크 (Novo Nordisk) :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
비만약 열풍의 시초인 ‘위고비(Wegovy)’와 ‘오젬픽(Ozempic)’을 만든 덴마크 기업입니다. 유럽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덴마크 GDP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 핵심 경쟁력 (데이터):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한 만큼, 방대한 장기 임상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살만 빼는 게 아니라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수면 무호흡증 등에도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며 보험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 미래 무기 (아미크레틴): 차세대 경구용 치료제인 ‘아미크레틴(Amycretin)’이 임상 1상에서 12주 만에 13% 감량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내놨습니다. 주사제 시장의 패권을 알약 시장으로 이어가겠다는 전략입니다.
- 주가 매력: 일라이릴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PER) 부담이 덜하며, 유럽 기업 특유의 안정적인 경영이 돋보입니다.
3. 개별 종목이 불안하다면? 비만치료제 ETF Top 3
제약/바이오 투자의 최대 리스크는 ‘임상 실패’와 ‘특허 만료’, 그리고 ‘정치적 규제(약가 인하)’입니다.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도 악재 한 방에 -30%는 우습게 떨어집니다. 따라서 개별 종목의 리스크를 헤지(Hedge)하고 싶다면 ETF가 정답입니다.
① HRTS (Tema Obesity & Cardiometabolic ETF)
- 특징: 이름부터 대놓고 ‘비만 & 심혈관 대사’를 표방하는 테마형 ETF입니다.
- 구성: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의 비중이 합쳐서 약 20~30% 이상으로 가장 높습니다. 그 외에 암젠(Amgen), 바이킹 테라퓨틱스 등 후발 주자들과 비만 관련 의료기기 업체까지 담고 있습니다.
- 장점: 비만 테마에 가장 순도 높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 단점: 운용 보수가 0.75%로 다소 비싼 편입니다.
② IHE (iShares U.S. Pharmaceuticals ETF)
- 특징: 미국에 상장된 제약사만 모아놓은 ETF입니다.
- 구성: 일라이릴리와 존슨앤존슨 등의 비중이 높습니다. 노보노디스크(덴마크)는 미국 기업이 아니라서 포함되지 않았거나 비중이 적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 장점: 비만약뿐만 아니라 항암제, 치매약 등 제약 산업 전반의 성장에 투자합니다.
③ XLV (Health Care Select Sector SPDR Fund)
- 특징: S&P 500 지수 내 헬스케어 섹터에 투자하는 가장 대표적이고 거대한 ETF입니다.
- 구성: 제약사뿐만 아니라 유나이티드헬스그룹(보험), 써모피셔(장비) 등 헬스케어 전반을 아우릅니다.
- 장점: 운용 보수가 0.09%로 매우 저렴하고 배당도 줍니다.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입니다.
[투자 팁]: 공격적인 수익을 원한다면 일라이릴리(LLY) + 노보노디스크(NVO)를 5:5로 직접 매수하고, 변동성이 두렵다면 XLV를 적립식으로 모아가는 ‘바벨 전략’을 추천합니다.

4. 2026년 주가 전망 및 리스크 점검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26년까지 주가를 흔들 수 있는 변수들을 체크해야 합니다.
상승 요인 (Upside)
- 보험 적용 확대: 현재 비만약은 한 달에 150만 원(미국 기준)이 넘는 고가입니다. 하지만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입증되면서 미국 메디케어(공공보험)나 사보험의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P(가격)는 낮아져도 Q(수량)가 폭발하는’ 구간을 만듭니다.
- 적응증 확장: 비만약이 지방간(NASH), 알츠하이머, 수면 무호흡증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즉, 비만약이 아니라 ‘만병통치약’에 가까운 지위를 얻게 될 수 있습니다.
하락 리스크 (Downside)
- 근손실 및 부작용 이슈: 살이 빠질 때 지방만 빠지는 게 아니라 근육도 같이 빠진다는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위장 장애나 갑상선 관련 이슈가 터질 경우 주가는 단기 급락할 수 있습니다.
- 경쟁 심화: 암젠(Amgen)이나 바이킹 테라퓨틱스 같은 후발 주자들이 더 효과 좋고 투약 주기가 긴(한 달에 1번) 약을 개발 중입니다. 2026년 이후에는 독과점이 깨질 수도 있습니다.
- 높은 밸류에이션: 현재 두 기업의 PER은 역사적 고점 수준입니다. 성장세가 조금이라도 둔화된다면 실망 매물이 쏟아질 수 있습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한국에는 관련주가 없나요?
물론 있습니다. 한미약품, 페트론, 인벤티지랩 등이 비만치료제 개발이나 제형 변경(장기 지속형 주사)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대장주들과의 기술 격차와 자본력 차이는 인정해야 합니다. 포트폴리오의 핵심은 미국/유럽 대장주에 두고, 국내 주식은 위성으로 가져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국내 배터리 소재주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수 있으니, 자세한 투자 관점은 [2차전지 관련주 반등 시기 및 전략] 글을 참고하여 산업 사이클을 비교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Q2. 배당도 주나요?
네, 줍니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 모두 1% 내외의 배당을 지급합니다. 성장주치고는 나쁘지 않지만, 고배당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은퇴 자금 마련을 위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더 중요하다면, 이 섹터보다는 [미국 월배당 ETF 포트폴리오 추천] 글에서 다룬 JEPI나 DIVO 같은 상품이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Q3. 지금 사기엔 너무 비싸지 않나요?
“신고가에 사서 더 비싸게 팔아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섹터입니다. 비만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고, 아직 비만약 침투율은 전체 환자의 1%도 되지 않습니다. 단기 조정은 있겠지만, 2030년까지 이어질 구조적 성장기임은 분명합니다. 한 번에 몰빵하기보다, 주가가 20일 이동평균선 근처로 눌릴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마치며
20세기가 항생제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항비만제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비만은 이제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치료 가능한 ‘질병’의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 이 두 거인이 벌이는 세기의 대결은 투자자들에게도 큰 기회입니다. 2026년, 알약으로 살을 빼는 세상이 왔을 때 여러분의 계좌도 함께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라 두둑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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